테니스는 코트 위에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이야기는 책 안에서 더 깊어지고, 더 오래 남는다. 유난히 테니스에 빠져든 사람들이 있다. 선수도 아니고, 전문가도 아닌데, 이 스포츠를 너무 사랑해서 결국 글로 남긴 사람들. 오늘은 그 책들을 소개한다.


1.아무튼, 테니스

손현 저

테니스를 좋아한다고 하면 꼭 이 질문을 받는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매번 고민하다 얼버무리게 되는 그 질문.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가장 솔직한 대답이다.


경쟁이 싫어서 테니스를 시작했다는 대목에서 피식 했다. 쉴 새 없이 상대를 이겨야 하는 스포츠를 경쟁 탈출구로 선택했다는 게 아이러니하지만, 막상 코트에 서보면 이상하게 이해가 된다. 랠리에 집중하다 보면 다른 생각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 테니스가 머리를 비워주는 스포츠라는 걸, 쳐본 사람만 안다.


책은 얇고, 문장은 군더더기가 없다. 근데 읽다 보면 자꾸 멈추게 된다. 내 얘기 같아서. 테니스와 육아를 동시에 붙잡으려는 장면이나, 페더러와 나달의 눈물 앞에서 혼자 뭉클해진 이야기나 — 테니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딘가에서 한 번씩 '아, 나도'가 나온다.


테니스를 모르는 사람한테 이 스포츠를 설명하고 싶을 때, 이 책 한 권이면 충분하다.


2. 인생은 테니스!

이동혁 저

테니스를 어느 정도 치다 보면 누구나 같은 벽에 부딪힌다. 연습 때는 잘 됐던 샷이 시합만 나가면 흔들린다.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멘탈의 문제다. 이걸 먼저 깨닫는 사람이 더 빨리 성장한다.


저자 이동혁 코치는 23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21년간 코치 경력을 쌓은 USPTA·PTR 공인 티칭 프로다. 이 책은 그의 경험과 철학을 담은 '52주 멘탈 트레이닝 교과서'. 1주일에 하나씩, 경기 전 긴장을 설렘으로 바꾸는 법부터 위기의 순간 무너지지 않는 회복 루틴, 나만의 무기를 찾는 전략, 흐름을 지배하는 매니지먼트까지 — 어려운 이론이 아니라 코트에서 바로 꺼내 쓸 수 있는 언어로 쓰여 있다.


그리고 책장을 덮는 순간, 이 책이 테니스에 관한 책인 동시에 인생에 관한 책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한 포인트에 집중하는 태도가 결국 삶의 자세로 이어지니까.


3. 테니스를 읽는 시간

김기범(키키홀릭) 저

유튜브 '키키홀릭 테니스'를 아는 사람이라면 반가울 이름이다. KBS 스포츠 기자이자 대학 테니스 동아리 주장 출신, 30년째 테니스를 치고 보고 쓰고 있는 사람. 그 30년이 책 한 권으로 나왔다.


이 책이 특이한 건 정보서인데 에세이처럼 읽힌다는 거다. 포핸드 그립 설명에서 시작해서 윔블던의 역사를 지나 로드 레이버부터 조코비치까지 범위만 보면 백과사전인데, 읽다 보면 테니스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건네는 이야기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기자의 눈과 팬의 마음이 동시에 담겨 있어서 그렇다.


테니스를 막 시작한 사람한테는 "왜 이 스포츠가 이렇게 생겼나"를 알게 해주고, 오래 친 사람한테는 알면서도 한 번도 정리해본 적 없던 것들을 정리해주는 책이다. 어느 쪽이든 읽고 나면 테니스가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보이게 된다. 그게 이 책의 가장 큰 힘이다.


4. RAFA — 나달 자서전

Rafael Nadal & John Carlin 저

"나는 매 포인트를 마지막인 것처럼 싸운다. 그게 내가 아는 유일한 방식이다."

나달이 저널리스트 존 카를린과 함께 쓴 자서전. 마요르카의 소년이 세계 최고가 되기까지의 이야기지만, 이 책의 진짜 무게는 따로 있다. 만성 무릎 부상과의 싸움, 경기 전마다 반복하는 강박적인 루틴들, 그리고 페더러에 대한 솔직한 감정.


나달을 '클레이 코트의 황제'로만 알고 있었다면, 이 책은 그 이미지를 완전히 다시 그리게 한다. 강인함 아래 얼마나 많은 두려움이 있었는지, 그 두려움을 어떻게 연료로 바꾸었는지. 앞의 세 권이 테니스를 사랑하는 우리들의 이야기라면, 이 책은 테니스 자체가 된 사람의 이야기다.


라켓을 내려놓은 시간에도 테니스는 계속될 수 있다. 책 속에서, 누군가의 문장 안에서, 테니스를 좋아한다는 건 결국 코트 밖에서도 이 스포츠를 놓지 못하는 것이다. 그 마음이 있다면, 이 네 권은 충분히 그 마음에 응답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