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의 주인공은 코트 위 선수들만이 아니다. 센터코트 남쪽 스탠드 한편에 자리한 '로열 박스(Royal Box)'는 매년 우승 트로피만큼이나 전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는 공간이다. 영국 왕실과 세계적인 셀러브리티, 스포츠 영웅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 특별석은 윔블던이 단순한 테니스 대회를 넘어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무대다.
로열 박스는 1922년 센터코트가 현재의 올잉글랜드 클럽(All England Lawn Tennis and Croquet Club, AELTC)으로 이전하면서 함께 마련됐다. 74석으로 구성된 이곳은 일반 관중이 티켓을 구매해 입장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영국 왕실 인사를 비롯해 국가 원수와 외교 사절, 스포츠·문화·예술계 주요 인사 등 올잉글랜드 클럽의 공식 초청을 받은 사람들에게만 문이 열린다. 이곳에 초청받는 것 자체가 하나의 명예로 여겨질 만큼 상징성이 크다.
로열 박스만의 전통은 복장에서도 드러난다. 남성은 재킷과 넥타이를 착용하고, 여성 역시 격식을 갖춘 복장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경기 관람에 방해가 될 수 있는 큰 모자는 자제하는 오랜 관례가 이어지고 있다. 엄격한 규정보다는 서로를 배려하는 품격 있는 문화가 100년 넘게 이어져 온 것이다.
2026년 윔블던에서도 로열 박스는 또 하나의 볼거리를 선사했다. 다만 가장 화제가 된 왕실 인사의 등장은 역설적으로 로열 박스 '밖'에서 나왔다. 올잉글랜드 클럽의 후원자(patron)인 캐서린 웨일스 공주는 대회 기간 클럽을 찾아 대기 줄에서 기다리던 팬들과 자원봉사자들을 만나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정작 경기 관람은 로열 박스가 있는 센터코트가 아닌 1번 코트 일반 관중석에서, 앤디 머레이와 나란히 앉아 지켜봤다. 관례를 깬 이 선택은 오히려 여러 외신에서 "캐서린 공주가 윔블던 전통을 벗어났다"는 헤드라인으로 다뤄지며 화제를 모았다. 같은 날 로열 박스에는 엘리 굴딩, 닉 클레그 등이 자리했다.
축구계의 아이콘 데이비드 베컴도 어머니 산드라와 함께 로열 박스를 찾아 눈길을 끌었다. 특유의 세련된 스타일과 여유로운 모습은 현지 언론의 카메라를 집중시켰고, 경기 못지않은 화제를 모았다. 할리우드와 음악계를 대표하는 스타들도 윔블던을 찾았다. 배우 앤드루 가필드, 벤 스틸러, 톰 히들스턴, 시에나 밀러를 비롯해 세계적인 아티스트 배드 버니, 조 조나스, 나일 호란 등이 센터코트에서 선수들의 명승부를 함께했다. 스포츠를 넘어 문화와 예술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한 공간에 모이는 모습은 윔블던만의 독특한 매력을 보여준다.
다른 종목의 스포츠 스타들도 로열 박스를 빛냈다. 메이저 챔피언 로리 매킬로이와 전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감독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경기를 관람하며 선수들의 플레이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종목은 달라도 최고의 무대를 향한 존중만큼은 모두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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윔블던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테니스 대회이자 가장 권위 있는 그랜드슬램으로 평가받는다. 그 역사와 전통을 가장 가까이에서 상징하는 공간이 바로 로열 박스다. 코트 위에서는 선수들이 새로운 역사를 쓰고, 관중석에서는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그 순간을 함께 지켜본다. 이처럼 스포츠와 문화, 전통과 품격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풍경은 다른 어떤 대회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로열 박스는 단순한 VIP 관람석이 아닌 윔블던의 또 다른 얼굴로 자리해 왔다. 2026년에도 세계 각국의 스타들과 영국 왕실, 그리고 수많은 팬들의 시선이 한데 모인 이 특별한 공간은, 윔블던이 왜 '세계에서 가장 품격 있는 스포츠 이벤트'로 불리는지를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