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 필리프 샤트리에의 붉은 흙 위에서, 즈베레프는 두 번 쓰러진 적이 있다. 첫 번째는 2022년 6월, 나달과의 준결승 도중이었다. 공을 쫓아 오른쪽으로 달리던 순간, 발목이 꺾였다. 그는 비명도 없이 코트에 주저앉았다. 경기 요원들이 휠체어를 끌고 왔다. 나달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즈베레프는 그 해 나머지 시즌을 통째로 잃었다.


두 번째는 2026년 6월 7일, 이번에도 같은 코트에서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플라비오 코볼리와의 결승 마지막 포인트를 따낸 즈베레프는 스스로 클레이 위에 쓰러졌다. 이번엔 고통이 아니라, 해방이었다.


"이 코트에서 내 인생 최고의 순간도, 최악의 순간도 겪었다. 그리고 이제, 마침내 해피엔딩이다."

ALEXANDER ZVEREV — 2026 RG 우승 인터뷰


2026년 즈베레프의 클레이 시즌은 조용하게 시작됐다. 호주오픈, 인디언웰스, 마이애미 — 그는 2026년 들어 모든 출전 대회에서 4강 이상을 기록하며 해를 열었다. 하지만 타이틀은 없었다. 2024년 로마 우승 이후 약 2년 가까이 이어진 무관의 시간이었다.


4월, 클레이 시즌이 열렸다. 몬테카를로에서 준결승, 자신의 홈 대회인 뮌헨에서도 준결승. 그리고 마드리드. 즈베레프는 8강에서 코볼리를 6-1, 6-4로 제압하고, 준결승에서 예선 통과자 블록스를 꺾으며 결승에 올랐다. 상대는 세계 1위 시너였다.


결과는 1-6, 2-6. 일방적인 패배였다. 마드리드의 흙 위에서 즈베레프는 여전히 그 한 걸음이 부족했다. 하지만 어떤 패배는 준비의 일부다. 즈베레프가 이 시즌 내내 클레이 위에서 쌓아온 것은 단순한 체력이 아니었다. 어떤 공을 어떻게 때려야 하는지, 언제 포어핸드를 평평하게 깔고, 언제 높이 올려야 하는지에 대한 확신이었다.

5월 18일, 즈베레프는 다시 파리에 도착했다. 2번 시드. 하지만 대회 첫 주에 드라마가 먼저 펼쳐졌다. 1번 시드 시너가 2라운드에서 세룬돌로에게 충격 패배를 당했고, 전 세계 1위 조코비치는 3라운드에서 19세의 브라질리언 폰세카에게 짐을 쌌다. 갑자기 드로우가 열렸다. 맥켄로는 말했다. "그의 커리어에서 지금이 첫 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따야 할 가장 큰 압박의 순간이다."


즈베레프가 8강에서 만난 상대는 이 시즌 클레이 최다승(19승)을 달리던 19세 스페인의 호다르. 지붕 아래 낯선 바운드, 즈베레프는 2-5로 끌리다가 11포인트 연속으로 터뜨리며 세트를 가져갔다. 이후 경기는 그의 것이었다.


결승 상대는 플라비오 코볼리였다. 10번 시드의 이탈리아인. 준결승에서 아르날디가 기권하며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시선도 있었지만, 코볼리는 FAA를 꺾고 여기까지 온 선수였다. 무엇보다 즈베레프는 그를 잘 알았다. 2026 시즌에서 두 번 만났고, 5월 뮌헨에서는 코볼리에게 6-3, 6-3으로 완패했다. 마드리드에서는 설욕했다. 이제 결정전이었다.


즈베레프는 첫 세트를 6-1로 압도했다. 너무 쉬웠다. 이 시점에서 2020 US오픈이 떠오른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 날 즈베레프는 티엠을 상대로 두 세트를 앞서다가 다섯 세트 끝에 무릎을 꿇었다. 2024 롤랑가로스에서는 알카라스를 상대로 두 세트를 앞서다 셋, 넷을 연달아 내줬다. 즈베레프에게 리드는 항상 위험했다.


코볼리가 2세트에서 브레이크를 따내며 경기를 가져갔다. 3세트, 즈베레프는 6-4로 다시 앞섰다. 4세트, 타이브레이크. 코볼리가 7-5로 가져갔다. 스코어는 3-1. 4세트. 즈베레프가 두 세트를 앞선 게 몇 번이었나. 그리고 그 결과는?


즈베레프는 이 우승으로 그랜드슬램 125번째 경기 승리에서 처음으로 타이틀을 따냈다. 이것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가장 오랫동안 우승을 기다린 선수, 그 길이가 만든 숫자다. 어떤 선수도 이보다 많은 그랜드슬램 승리를 쌓고 나서야 첫 메이저를 들었던 적이 없다.


그리고 즈베레프는 독일인으로서, 보리스 베커가 1996년 호주오픈을 들어올린 이후 30년 만에 그랜드슬램 싱글스 타이틀을 독일로 가져갔다.


나달은 2026년 즈베레프의 우승 직후 SNS에 글을 올렸다. "오랫동안 첫 메이저를 쫓아왔고, 너는 그것을 정말로 받을 자격이 있어." 2022년, 즈베레프의 발목을 꺾이게 한 공을 친 것도 나달이었다. 그리고 2024년, 나달이 롤랑가로스에서 마지막으로 출전한 경기의 상대도 즈베레프였다. 이 코트 위에서 두 사람의 서사는 오래, 그리고 복잡하게 얽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