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단식은 남자부보다 훨씬 복잡한 방정식을 가진다. 세계 1위가 곧 챔피언이 된다는 공식이 통하지 않는 무대가 바로 롤랑가로스다.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세계 1위)는 90주 이상 정상을 지키며 현존 최강의 자리를 굳히고 있다. 2023 호주오픈, 2023 US오픈, 2024 호주오픈, 2025 US오픈으로 4개의 메이저 우승컵을 들어 올렸지만, 그의 트로피 컬렉션에 단 하나 빠진 것이 있다. 바로 롤랑가로스다. 2025년에는 4강까지 진출했지만 생애 첫 파리 정상에는 이르지 못했다. 타이틀 완성을 향한 집착이 이번 대회의 핵심 서사다.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는 클레이 코트의 절대 여왕 타이틀을 놓지 않고 있다. 2020, 2022, 2023, 2024년 롤랑가로스를 제패하며 통산 4회 우승, 클레이 코트 통산 승률 85% 이상이라는 압도적인 통계를 갖고 있다. 다만 2025년에는 사발렌카에게 4강에서 패하며 5연패에 실패했고, 올 시즌 들어 전성기에 비해 다소 기복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전히 이 대회의 단골 우승 후보이지만, 절대자라는 후광은 살짝 흐려진 상태다.


코코 가우프(미국)는 2025 롤랑가로스 챔피언으로서 타이틀 방어에 나선다. 최근 몇 달간 폼이 다소 불안정하다는 평가가 있지만, '최대의 영광을 거둔 무대'로의 귀환은 선수에게 특별한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2023 US오픈 우승 이후 여자 테니스의 세대교체를 이끄는 선수로 꼽히는 가우프가 파리에서 또 한 번 이변을 연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외에도 러시아의 10대 신예 미라 안드레예바는 이미 롤랑가로스 4강 경험을 갖고 있으며, 여러 전문가들이 향후 수차례의 그랜드슬램 우승을 예언하는 주목받는 신성이다. 마드리드 이후 여자부는 “누가 봐도 가장 강한 선수”가 없는 춘추전국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절대 강자의 시대가 저물고 있는 지금, 2026 롤랑가로스 여자 단식은 그 어느 때보다 예측 불가능하다. 사발렌카의 숙원, 시비온텍의 왕좌 탈환, 가우프의 타이틀 방어, 그리고 신예들의 반란까지. 붉은 클레이 위에서 펼쳐질 치열한 ‘여왕의 전투’는 이번 대회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