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붉은 클레이가 다시 깨어난다. 2026 롤랑가로스(프랑스오픈)가 5월 18일 예선을 시작으로 6월 7일 결승까지 장장 3주에 걸쳐 펼쳐진다.
본선 1라운드는 5월 26일부터 시작되며, 드로우 추첨은 5월 21일에 예정돼 있다. 올해 대회는 단 하나의 사건으로 모든 판도가 뒤집혔다. 2년 연속 챔피언 카를로스 알카라스의 부재다. 그 빈자리는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새로운 역사가 쓰일 무대를 예고한다.
알카라스의 공백, 그리고 시너의 시대
카를로스 알카라스는 지난 4월 공식 SNS를 통해 출전 포기를 선언했다. 바르셀로나 오픈 1라운드 도중 오른쪽 손목과 전완부에 통증을 호소한 것이 발단이었다. 검사 결과 회복이 충분치 않다는 판단 하에 로마와 롤랑가로스 모두 결장을 결정했다. 2024년과 2025년 연속으로 파리 정상에 올랐던 그의 불참은 대회의 성격 자체를 바꿔놓았다.
그 공백을 단숨에 채운 것은 야닉 시너(이탈리아·세계 1위)다. 2026 시즌 클레이 코트에서 시너의 행보는 그야말로 초인적이었다. 몬테카를로, 마드리드, 로마까지 클레이 코트 3대 마스터스를 모두 제패했고, 인디언웰스와 마이애미까지 더해 6연속 ATP 마스터스 1000 우승이라는 역사적인 기록을 세웠다.
특히 로마 오픈 결승에서 카스퍼 루드를 6-4, 6-4로 꺾으며 '커리어 골든 마스터스(마스터스 1000 9개 대회 전부 우승)'를 완성, 노바크 조코비치에 이어 테니스 역사상 두 번째 주인공이 됐다. 이탈리아 남자 선수가 로마에서 우승한 것도 아드리아노 파나타 이후 무려 50년 만의 일이었다.
롤랑가로스를 앞두고 전문가들은 시너의 우승 확률을 70%에 육박한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테니스는 숫자로만 결판 나지 않는다. 2025년 롤랑가로스 우승을 알카라스에게 내준 이후, 시너는 이 무대에서 아직 정상에 서지 못했다. 클레이 코트 역대 최다 우승(14회)을 자랑하는 라파엘 나달의 나라 출신 알카라스가 없는 지금, 시너에게 롤랑가로스는 마지막 남은 과제다.
시너는 이번 롤랑가로스를 우승하면 4개 그랜드슬램을 전부 제패하고, 28년 LA 올림픽 금메달까지 더해진다면 테니스로 달성할 수 있는 최고의 커리어를 달성하게 된다. 과연 알카라스 없이 처음 맞는 롤랑가로스에서 시너가 거대한 기대감의 무게를 이겨낼 수 있을지가 이번 대회 최대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