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경기를 보다 보면 이름을 기억하게 되는 선수가 생긴다. 위기에서 고른 한 번의 샷이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 그 선수가 여기까지 온 과정을 알고 나서 다음 경기를 찾아보게 되기도 한다.
2026 WTA 코리아오픈 테니스가 9월 21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장에서 열린다. 이번 WTA 250 대회에서 관심을 가져볼 선수는 마야 조인트, 킴벌리 비렐, 옐레나 오스타펜코다. 세 선수에게는 서울을 조금 더 흥미롭게 바라보게 하는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
마야 조인트|네 번의 챔피언십 포인트를 넘긴 경험=
상대에게 한 점만 더 내주면 우승이 사라지는 순간. 마야 조인트는 2025년 이스트본 결승에서 그 순간을 네 차례 통과했다. 알렉산드라 에알라와의 마지막 세트 타이브레이크를 끝내 가져오며 자신의 두 번째 WTA 투어 단식 우승을 완성했다.
첫 우승은 불과 한 달 전이었다. 라바트의 클레이코트에서 첫 트로피를 들었고, 이스트본의 잔디코트에서 다시 우승했다. 서로 다른 바닥 위에서 얻은 두 번의 성공은 조인트를 눈여겨볼 이유가 됐다.
서울과도 인연이 있다. 조인트는 2025년 WTA 코리아오픈에서 준결승까지 진출했다. 올해는 좋은 기억을 가진 코트에서 다시 경쟁한다.
조인트의 경기를 볼 때는 팽팽한 게임 후반에 집중해보자. 듀스에서 어떤 방향으로 서브를 넣는지, 브레이크 기회를 놓친 다음 포인트를 어떻게 시작하는지. 이스트본에서 보여준 위기 대처가 서울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지켜볼 만하다. 중요한 점수에서 선수의 선택을 따라가다 보면 경기의 긴장감도 한층 가까워진다.
킴벌리 비렐|긴 공백 뒤에 차곡차곡 쌓인 경력
킴벌리 비렐의 선수 생활에는 팔꿈치 수술로 멈춰야 했던 시기가 있다. 2019년 후반과 2020년 전체를 대회에 나서지 못했다.
복귀 이후의 경력은 여러 시즌에 걸쳐 쌓였다. 2023년 처음 세계 랭킹 100위 안에 진입했고, 2024년 오사카에서는 예선부터 올라가 생애 첫 WTA 투어 단식 결승을 치렀다. 2025년에는 첸나이에서 두 번째 결승에 진출했다.
각 기록 사이에는 다시 대회에 참가하고, 이기고 지며 다음 주를 준비한 시간이 놓여 있다. 비렐에게 관심이 가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긴 공백 이후 자신의 경쟁력을 조금씩 넓혀온 선수라는 점이다.
비렐은 WTA 선수 소개에서 포핸드를 좋아하는 샷으로 꼽는다. 관전할 때도 포핸드가 좋은 출발점이다. 상대의 공이 짧아졌을 때 어디로 움직이는지, 공격할 공간을 어떻게 만드는지 살펴보자. 선수의 이력을 알고, 그가 선호하는 샷을 따라가면 익숙하지 않은 이름도 한결 선명해진다.
옐레나 오스타펜코|서울에 남아 있는 첫 하드코트 우승의 기억
옐레나 오스타펜코에게 서울은 첫 하드코트 우승을 거둔 도시다. 2017년 롤랑가로스에서 우승한 그는 같은 해 코리아오픈 결승에서 베아트리스 하다드 마이아를 만났다. 첫 세트를 내준 뒤 두 세트를 가져오며 우승했다. 개인 통산 두 번째 WTA 투어 단식 타이틀이었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난 올해, 오스타펜코는 코리아오픈 1번 시드로 출전한다. 당시 경기를 본 팬에게는 기억 속 챔피언을 다시 만나는 기회다. 처음 보는 관객에게는 이름과 우승 기록 너머의 경기 방식을 알아갈 차례다.
오스타펜코의 경기는 리턴부터 따라가보면 좋다. 상대 서브를 기다리는 위치, 리턴의 방향, 이어지는 공에서 공격을 시도하는 시점을 살펴보자. 강한 샷이 득점으로 이어졌을 때와 코트 밖으로 벗어났을 때, 다음 선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관전 포인트다.
코리아오픈은 결과 못지않게 다음 걸음으로 이어지는 자리이기도 하다. 조인트에게는 톱50 진입 이후 처음 맞는 가을 시즌이고, 비렐에게는 지난해 두 번째 결승 이후 첫 시즌을 마무리하는 무대이며, 오스타펜코에게는 9년 전 우승했던 코트에서 다시 순위를 끌어올릴 기회다. 이번 주 서울에서 나오는 스코어 하나하나가 각자의 다음 시즌으로 가는 작은 이정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