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의 마지막 경기가 끝나면 조금 허전해진다. 매일 들여다보던 대진표도, 잠을 줄여가며 기다리던 승부도 일단락됐다. 다음 그랜드슬램까지 무엇을 보며 기다려야 할까.
가을 테니스 달력에는 아직 볼거리가 많다. 서울에서는 프로 선수들의 경기를 직접 만날 수 있고, 팀 대항전에서는 평소 라이벌이던 선수들이 같은 벤치에 앉는다. 아시아 투어를 지나면 시즌 파이널 출전권 경쟁도 펼쳐진다. 2026년 US오픈 이후, 관전 목록에 넣어둘 대회들을 골랐다.
WTA 코리아오픈|9월 21~27일, 서울
가장 가까운 선택지는 코리아오픈이다.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장에서 열리는 여자 프로테니스 대회로, 2026년 WTA 공식 대회 정보상 등급은 WTA 250이다.
코리아오픈을 챙겨볼 이유는 현장에서 발견할 수 있는 테니스의 디테일에 있다. 리턴을 준비하는 자세, 타점으로 들어가는 발걸음, 공을 친 뒤 다음 위치로 돌아가는 움직임. 화면에서는 공을 따라가느라 놓쳤던 장면들이 코트 가까이에서 눈에 들어온다.
아직 응원하는 선수가 없어도 좋다. 처음 보는 선수의 백핸드나 끈질긴 수비에 마음이 갈 수 있다. 다음 슬램에서 찾아볼 이름 하나를 발견하는 것도 직관의 즐거움이다.
빌리진킹컵·레이버컵|9월에는 팀 테니스
여자 국가대항전인 빌리진킹컵 파이널은 9월 22~27일 중국 선전에서 열린다. 여덟 나라가 토너먼트로 우승을 다투며, 국가 간 대결은 단식 두 경기와 복식 한 경기로 구성된다. 먼저 두 경기를 이기는 나라가 승리한다.
단식에서 한 경기씩 나눠 이기면 복식이 승부를 결정한다. 개인전 위주로 테니스를 봤다면, 두 선수가 움직임을 맞추고 서로의 빈 공간을 메우는 복식에도 시선을 돌려볼 만하다.
이어 9월 25~27일에는 런던의 디 오투(The O2)에서 레이버컵이 열린다. 유럽 팀과 월드 팀이 각각 여섯 명의 선수로 경쟁하는 남자 팀 대항전이다. 승리당 점수가 첫날 1점, 둘째 날 2점, 마지막 날 3점으로 커지며, 먼저 13점을 얻는 팀이 우승한다.
이 대회에서는 벤치도 관전 대상이다. 평소 상대의 약점을 공략하던 선수들이 같은 편에서 조언하고 응원한다. 경기 결과와 함께 복식 조합, 선수들 사이의 호흡을 보는 재미가 있다.
차이나오픈·상하이 마스터스·우한오픈|아시아에서 이어지는 승부
9월 말부터는 중국에서 열리는 주요 대회들이 관전 목록을 채운다. 여자 투어에서는 베이징의 차이나오픈이 9월 30일~10월 11일, 우한오픈이 10월 12~18일로 예정돼 있다. 두 대회 모두 WTA 1000 등급이다.
남자 투어의 상하이 마스터스는 ATP 마스터스 1000 대회다. 예선은 10월 5~6일, 단식 본선은 10월 7일 시작하며, 단식과 복식 결승은 18일에 열린다.
이 시기에는 US오픈에서 눈여겨본 선수의 다음 경기를 찾아보자. 좋은 성적을 낸 선수가 흐름을 이어가는지, 아쉽게 탈락한 선수가 어떤 플레이로 돌아오는지. 한 대회의 결과를 넘어 선수의 시즌 전체를 따라가는 재미가 생긴다.
파리 마스터스|11월 2~8일 본선
아시아 대회 이후 남자 투어에서 챙길 큰 무대는 파리 마스터스다. 시즌 마지막 ATP 마스터스 1000 대회로, 본선은 11월 2~8일 열린다. 예선 일정은 10월 31일~11월 1일이다.
관전 포인트는 우승 경쟁과 ATP 파이널 출전권 경쟁이다. 이미 출전권을 확보한 선수의 경기력뿐 아니라, 남은 자리를 노리는 선수들의 결과에도 눈길이 간다. 같은 한 번의 승리라도 시즌의 어느 시점에 거두느냐에 따라 무게가 달라진다.
WTA·ATP 파이널|11월의 집중 관전 구간
WTA 파이널은 11월 8~15일 미국 인디언웰스 테니스 가든에서, ATP 파이널은 11월 15~22일 이탈리아 토리노의 이날피 아레나에서 열린다. 두 대회에는 각각 출전 자격을 얻은 단식 선수 여덟 명과 복식 여덟 팀이 참가한다.
파이널은 조별리그를 거쳐 준결승과 결승으로 이어진다. 한 번 지면 곧바로 탈락하는 일반적인 투어 대진과 달리, 조별리그에서 패해도 다음 경기 결과에 따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래서 승패만큼 경기 사이의 변화가 흥미롭다. 첫 경기에서 흔들린 선수가 무엇을 고쳐 돌아오는지, 상대에 따라 서브와 리턴 전략을 어떻게 바꾸는지 살펴보자. 짧은 기간에 여러 경기를 이어 보는 즐거움이 큰 무대다.
데이비스컵 파이널 8|11월 24~29일, 볼로냐
ATP 파이널이 끝난 뒤에도 주요 일정이 남아 있다. 11월 24~29일 이탈리아 볼로냐에서는 남자 국가대항전 데이비스컵 파이널 8이 열린다. 여덟 나라가 토너먼트로 우승을 다툰다.
개인의 이름으로 따라왔던 선수를 국가대표팀의 일원으로 다시 보는 시간이다. 동료의 경기를 기다리는 벤치, 한 포인트에 함께 반응하는 선수들, 팀의 승패가 걸린 순간의 표정까지. 개인전과는 다른 장면들이 가을 관전의 끝자락을 채운다.
그랜드슬램이 끝났다면 이제 관전 방식을 조금 바꿔볼 차례다. 서울에서 처음 보는 선수를 응원하고, 팀 대항전에서 복식의 재미를 발견하고, 가을 투어에서 파이널로 이어지는 흐름을 따라가보자.
※ 2026년 9월 14일 확인한 공식 발표 기준으로 작성, 날짜는 개최지 현지 기준이며, 대회 일정은 변경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