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첫 테니스 대회를 마치고, 제안 받은 클럽,
거절할 겨를 없이 그렇게 합류하게 되었다. 우리 클럽은 목요일 오후 10시부터 12시까지 정말 가혹하게 테니스만 쳤다.
목요일 밤 10시. 야외 코트, 공기 참 좋다!
사실 별 기대는 없었다. 어차피 나는 대회에서 광속으로 탈락한 사람이었고, 클럽이라는 게 으레 그렇듯 텃세나 있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구성원들의 구력은 1~2년차. 나랑 비슷한 연차인데 다들 나보다 잘 쳤다. 미묘하게 잘 쳤다. 확실히 잘 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못 치는 것도 아닌, 그 애매한 격차가 오히려 더 자극이 됐다.
레슨은 코치님의 커리큘럼에 맞게 지도해 주는 것을 하는 곳이었다. 클럽은 달랐다. 그냥 쳤다. 2시간 내내, 쉬는 시간도 거의 없이, 그냥 테니스만 쳤다. 코트에서 누구도 친절하게 봐주지 않았고, 그게 또 좋았다.
그즈음 나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테니스는 서브부터 시작된다.
당연한 말이다. 규칙이 그렇다. 근데 나는 그걸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이해하는 데 꽤 오래 걸렸다. 서브가 들어가지 않으면 랠리 자체가 시작되지 않는다. 랠리가 없으면 내가 잘 치는지 못 치는지도 알 수 없다. 서브는 게임의 시작이 아니라, 내 존재감의 시작이었다.
어느 날 홀린듯 혼자 실내 코트를 빌렸다. 3일동안 매일 2시간씩 서브만 연습했다. 눈치 보지 않으니 집중할 수 있었고, 무의식의 감각이 점차 올라왔다.
몇 주가 지나자 클럽에서 내 서브가 화제가 됐다. 화제라고 해봤자 "어, 서브 세졌네"가 전부였지만. 테니스 클럽에서 그 한마디는 꽤 묵직하다.
나만의 무기가 생겼다는 감각. 그건 레슨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종류의 것이었다.
물론 랠리는 여전히 흔들렸고, 스매시는 뜨거나 네트에 걸렸고, 발리는 그냥 막았다. 부족한 부분은 여전히 사방에 있었다. 레슨 시간에 코치님께 말씀드렸다. "게임에서 이런 상황이 자꾸 나오는데, 이것 좀 고쳐주세요."
코치님이 잠깐 날 보셨다. "이제 게임하면서 생각하면서 치는 거네요."
그게 뭔지, 그때는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다.
어차피 코트를 나서면서 이미 다음 레슨을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오늘 무너진 발리, 뜬 스매시. “레슨할 때 다시 보완하고 다음 목요일에 다시 써먹어야지.” 집에 가는 길에 그런 생각들로 꽉 찼다.
생각해보면 클럽이 좋았던 건 테니스 때문만은 아니었다. 일도, 관계도,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아도 되는 시간. 목요일 밤 10시, 코트 위에서는 그냥 테니스만 잘 치면 됐다. 그 단순함이 좋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목요일 밤 10시가 기다려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