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회사 동료의 한마디였다.


"우리 레슨장에서 혼복 테린이 대회 열거든요. 같이 나가요."


거절할 타이밍을 놓쳤다. 정확히는, 거절하려고 입을 열었는데 "그래요"가 나왔다. 나는 원래 거절을 잘 못한다. 특히 상대가 진심 어린 눈으로 권유할 때는 더... 그렇게 인생 첫 대회 출전이 확정됐다.


대회 당일, 코트에 들어서는 순간 공기가 달랐다.


평소 레슨 때와 같은 공간인데, 같은 공간이 아닌 것 같았다. 참가자들은 저마다 웜업을 하고 있었다. 스트레칭의 밀도가 달랐고, 라켓을 쥔 손의 표정이 달랐다. 농담 같은 건 없었다. 다들 진심이었다.


나는 그 공기에 잠깐 압도됐다. 준비해온 것이 없다는 걸 그제야 실감했다.


경기는 시작됐고, 나는 빠르게 무너졌다.


더블폴트. 또 더블폴트. 서브를 두 번 연속 넣지 못하는 건 연습 때도 종종 있는 일이었는데, 대회에서는 그게 완전히 다른 무게로 느껴졌다. 공이 네트에 걸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랠리는 거의 없었다. 상대가 넘겨준 공을 받아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연습 때 됐던 것들이 안 됐다. 머리는 알고 있는데 몸이 전혀 따라가지 못했다. 그리고 느꼈다. "아 여기 대회지" 그동안 코치님이 받기 좋게 던져준 공만 쳐봤던 나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15분이었다. 대회가 시작된 지 15분 만에 '예선 탈락'


생각보다 멘탈이 많이 나갔다.

질 수도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테린이 대회니까, 다들 초보니까, 그냥 경험 삼아 나온 거니까. 머릿속으로는 그렇게 정리하고 있었는데, 막상 코트 밖으로 나오니까 부끄럽기도 하고 말이 안 나왔다.


지는 것보다 아무것도 못 해봤다는 게 더 씁쓸했다. 제대로 쳐보지도 못하고 끝났다는 느낌. 헬스장에서 "오늘은 여기까지만"을 반복하던 것과는 다른 종류의 허탈함이었다.


그리고 그 허탈함 속에서 이상하게도, 처음으로 진심이 생겼다. 더 잘 치고 싶었다. 막연하게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서브를 제대로 넣고 싶었다. 랠리를 이어가고 싶었다. 다음에 이 코트에 다시 서게 된다면, 15분보다는 오래 버티고 싶었다.


짐을 챙기고 있을 때,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경기를 보고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나서 그의 한 마디는 "저희 동호회 만들건데 같이 하실래요?" 나는 그 순간, 또 거절할 타이밍을 놓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