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윔블던 본선이 열리는 6월의 마지막 주, 한국 테니스의 시선은 두 사람에게 쏠린다. 권순우와 구연우. 한 명은 군복을 입은 채 그랜드슬램 무대로 돌아오고, 한 명은 처음으로 그 무대의 문을 두드린다.
권순우는 2025년 1월 13일 입대 이후 사실상 커리어를 멈췄어야 했다. 그런데 국군체육부대의 특별 허가로 챌린저 대회 출전이 가능해지자, 그는 베트남 판티엣과 광주, 중국 우시까지 석 달 사이 세 개 대회를 연달아 들어 올렸다. 군사 훈련과 대회 출전을 병행하며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더 화제가 됐다. 우시 우승 직후 그가 인스타그램에 남긴 한 줄은 "윔블던, US오픈에서 만나요"였다.
전역일은 7월 12일.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전이 열리는 바로 그날이다. 군 복무 중 윔블던 출전을 준비하는 그의 이례적인 상황은 외신의 관심도 끌었다. 에센셜리스포츠는 그의 이야기를 스포츠 영화 줄거리로 삼아도 손색없다고 평가했고, ESPN 테니스 SNS 계정도 따로 그의 행보를 조명했다.
대한민국 여자 테니스는 장수정은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으며, 한나래는 라켓을 내려놓았다. 세 가지 변화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한국 테니스는 한동안 그랜드슬램 무대에서 이름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 빈자리를 채워가고 있는 선수가 구연우다.
올해 구연우는 호주오픈 예선 무대를 밟으며 메이저 대회의 압박감을 처음 경험했다. 이어 롤랑가로스 예선에도 진출해 한때 세계 1위에 올랐던 카롤리나 플리스코바와 코트에서 마주하는 경험까지 쌓았다.
윔블던 출전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선택한 실전 무대는 포르투갈이었다. 구연우는 ITF W50 몬테모르오노보 대회에서 시즌 첫 승전보이자 통산 첫 W50 우승을 신고하며 좋은 흐름을 만들었고, 곧이어 나선 WTA 125 피게이라다포스 여자오픈에서는 해당 등급 본선 무대에서 생애 첫 승리를 따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내달려 4강까지 올라서며 개인 최고 랭킹까지 새로 썼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메이저 예선 통과를 목표로 삼았던 선수가, 이제는 한 단계 위의 무대에서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걸 스스로 증명해 보인 셈이다.
이제 무대는 런던으로 옮겨간다. 구연우 앞에 놓인 윔블던 예선은 단순한 한 대회의 출발선이 아니다. 한국 여자 테니스가 다시 그랜드슬램 무대로 걸어 들어가는 여정의 또 다른 장(章)이다.
권순우는 이번 윔블던 대회에서 예선을 통과해 본선에 오를 경우 통산 다섯 번째 윔블던 본선 출전이 된다. 2019년 1회전으로 첫 본선을 밟은 뒤, 2021년 2회전, 2022년 1회전에서 조코비치, 2024년 1회전에서 루네를 만났던 그 무대다. 구연우에게는 예선조차 처음이다. 한쪽은 군복을 벗기 직전 마지막 그랜드슬램을 준비하고, 다른 한쪽은 자신의 첫 그랜드슬램 도전을 준비한다.
두 사람의 경험과 출발 조건은 이렇게나 다르지만 같은 6월의 마지막 주, 같은 도시, 같은 잔디 위에서 각자의 테니스 커리어의 다음 페이지를 써 내려가려 한다. 그 동행이 이번 윔블던을 조금 더 들여다보게 만드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