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나 베키치는 퀸즈클럽 본선에 나갈 자격이 없었다. 예선에서 졌으니까. 그런데 일주일 뒤, 그녀는 그 대회의 트로피를 들고 있었다.


6월 8일 월요일, 베키치는 컨디션이 너무 나빠서 경기를 뛸 수 있을지조차 확신하지 못했다. 몸 상태는 최악이었고, 그 전날인 일요일 예선 마지막 라운드에서 안나 블린코바에게 패하며 퀸즈클럽 본선行 티켓도 이미 사라진 뒤였다. 누가 봐도 그 주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야 했다.


그런데 다음 날인 화요일, 마르타 코스튜크가 부상으로 기권했다. 빈자리가 생겼고, 럭키 루저 자격으로 베키치가 그 자리를 채웠다. 본인조차 이 우연을 신뢰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월요일의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예선 탈락자의 한 주

거기서부터 베키치는 영국 선수를 한 명씩 지워나갔다. 17세 와일드카드 미카 스토야슬라브예비치, 그다음 케이티 보울터, 그리고 결승에서 에마 라두카누. 우승까지 가는 다섯 경기 중 세트를 내준 건 단 한 번뿐이었다.


결승전 1세트는 7게임 연속 따낸 일방적인 6-0이었다. 안방에서 첫 트로피를 노렸던 라두카누는 2세트에서 5-2까지 추격하며 세트포인트를 두 번 잡았지만, 베키치는 흔들리지 않았다.


12살 때부터 알던 사람에게 걸려온 전화

이 우승의 또 다른 축은 트로피 시상식보다 먼저 나온 한 마디였다. 그래스 시즌을 앞두고, 베키치는 2주 전 한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데이비드 펠게이트는 그가 열두 살이었을 때부터 지도했고, 처음으로 윔블던에 데려간 코치였다.


시상식에서 그가 코트 위에서 펠게이트에게 건넨 말은 이랬다. "당신이 날 키웠어요. 당신 없었으면 저는 그래스가 뭔지도 몰랐을 거예요." 2주 전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에 그가 망설임 없이 응했다는 사실을, 베키치는 가장 먼저 짚었다.


3년 만의 투어 우승, 첫 WTA 500 타이틀, 세계 76위에서 32위로의 점프. 숫자로 보면 화려한 반전이지만, 정작 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은 따로 있다 — 예선에서 떨어졌던 한 주가, 12년 전 맺은 인연 하나로 완전히 다른 결말을 맞았다는 사실.


드로우표만 보면 베키치는 이번 대회에 없었어야 할 이름이다. 그 '없었어야 할' 자리에서 트로피까지 가는 길을, 그는 가장 오래된 인연 한 사람과 함께 걸었다. 행운이 문을 열어줬다면, 그 문 안에서 한 일은 전적으로 그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