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경기를 보다 보면 선수들의 플레이만큼 빠르게 코트를 오가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공을 회수하고 선수에게 전달하는 ‘볼키즈(Ball Kids)’ 다.


많은 사람에게 볼키즈는 경기 중 공을 주워 선수에게 건네는 역할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 코트에서 볼키즈가 맡는 역할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하고 전문적이다.


공을 줍는 것 이상의 역할

볼키즈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경기 중 사용된 공을 빠르게 회수하고 선수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 때나 움직여서는 안 된다. 선수의 플레이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필요한 순간에 정확하게 움직여야 하고, 코트 상황을 빠르게 파악해 공의 위치와 경기 흐름에 맞춰 행동해야 한다. 결국 볼키즈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속도만이 아니다. 타이밍과 판단력, 움직임의 정확성 이 함께 요구된다.


아무나 코트에 설 수 있을까?

세계적인 대회의 볼키즈는 별도의 선발 과정을 거친다. 대표적인 사례가 호주오픈의 볼키즈 프로그램이다. 지원자를 대상으로 영어 의사소통 능력 등을 평가하고, 이후 실제 코트에서 필요한 움직임과 운동 능력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특히 국제 대회에서는 세계 각국의 선수와 관계자들이 함께하기 때문에 영어로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한 능력 역시 중요한 요소로 평가된다. ‘200명 중 20명’이라는 숫자의 의미 볼키즈 선발 과정에서 눈길을 끄는 숫자가 있다.


바로 200명 중 최종 20명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200명이 전체 지원자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1차 평가를 통과한 인원이 다시 실전 능력 평가를 거쳐 최종 선발되는 구조다. 과정은 대략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이어진다.(기아 호주 오픈 볼키즈 모집 공고 기준)


영어 능력 평가 → 1차 선발 → 실전 능력 평가 → 최종 선발


따라서 최종 20명에게는 단순한 운동 능력뿐 아니라 실제 경기에서 볼키즈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종합적인 능력이 요구된다.


실전에서는 무엇을 평가할까?

실전 평가에서는 공을 잡고, 던지고, 굴리는 기본적인 능력부터 살펴본다. 여기에 반사신경과 운동 능력, 테니스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 도 중요하다. 코트에서 어디에 위치해야 하는지도 중요한 평가 요소다. 베이스라인과 네트 주변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언제 이동하고 언제 멈춰야 하는지 등 실제 경기 상황에서 필요한 움직임을 확인한다. 빠르게 움직이는 것만큼 정확한 위치에서 움직이지 않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선발됐다고 바로 경기에 나가는 것도 아니다

최종 선발 이후에도 과정은 계속된다. 실제 경기를 앞두고 별도의 트레이닝을 통해 코트에서 필요한 움직임을 익힌다. 언제 움직여야 하는지, 언제 멈춰야 하는지, 선수에게 어떤 방식으로 공을 전달해야 하는지 등을 반복적으로 연습하며 실제 경기 상황에 대비한다. 볼키즈가 코트 위에서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모습 뒤에는 이러한 훈련 과정이 있는 셈이다.


그리고 마침내, 세계적인 코트로

모든 과정을 통과한 볼키즈는 세계적인 선수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경기를 경험하게 된다. 선수에게 공을 전달하고, 코트의 상황을 살피고, 경기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움직인다.


관중의 시선은 주로 선수에게 향하지만, 경기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코트 곳곳에서는 볼키즈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아이들에게 이 경험은 단순히 테니스 대회에 참여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처음 코트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세계적인 선수들의 플레이를 가까이에서 보고, 실제 경기의 일부가 되어보는 경험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특별한 순간이 될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 경험이 테니스를 향한 또 다른 시작이 될 수도 있다. 오늘은 선수에게 공을 건네는 아이지만, 언젠가는 라켓을 들고 같은 코트에 서게 될지도 모른다. 오늘의 볼키즈가 내일의 스타가 되는 순간. 그 첫걸음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