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테니스의 간판 알렉산드라 이알라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동메달로 마쳤다. 2022 항저우 대회에 이어 여자단식 2회 연속 동메달이다.
이번 대회에서 이알라가 주목받은 이유는 성적만이 아니었다. 세계랭킹 18위인 그는 같은 기간 베이징에서 열린 WTA 1000 차이나오픈 대신 아시안게임 출전을 선택했다.
차이나오픈은 많은 랭킹 포인트와 상금이 걸린 대회일 뿐 아니라, 이알라에게 의무 출전 규정이 적용되는 대회였다. 불참하면 최대 1만 달러의 벌금을 물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필리핀테니스협회는 WTA의 결정과 관계없이 이알라가 아시안게임에 나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프로 선수에게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은 아니었다. 특히 세계 톱20에 진입한 이알라에게 지금은 랭킹을 끌어올리고 투어에서 입지를 다져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그럼에도 그는 베이징이 아닌 나고야로 향했다.
이알라는 이번 선택에 대해 결코 가볍게 내린 결정은 아니었다며, 차이나오픈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앞으로 다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국가를 대표해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데 의미를 뒀다.
성적도 따라왔다. 여자단식 톱시드를 받은 이알라는 8강에서 대만의 조안나 갈런드를 7-5, 6-0으로 꺾고 메달을 확보했다. 금메달까지는 두 경기가 남아 있었다. 준결승 상대는 세계랭킹 85위의 중국 왕시위였다. 이알라는 첫 세트를 6-3으로 가져오며 결승 진출에 다가섰다. 그러나 이후 흐름을 빼앗기며 2세트와 3세트를 각각 3-6, 2-6으로 내줬고, 결국 역전패로 대회를 마쳤다.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이알라는 항저우에 이어 다시 한번 여자단식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항저우 대회 혼합복식 동메달까지 포함하면 개인 통산 세 번째 아시안게임 메달이다. 다만 금메달과 함께 걸려 있던 2028 LA 올림픽 직행 티켓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이번 동메달에는 조금 다른 이야기도 남았다. WTA 투어에서 세계랭킹은 선수의 다음 무대를 결정하는 현실적인 기준이다. 이알라는 그 경쟁이 가장 치열한 시기에 WTA 1000을 뒤로하고 국가대표 유니폼을 선택했다. 금메달은 아니었다. 하지만 네트 건너편의 상대와 맞서기 전에, 프로 선수라면 피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계산부터 내려놓고 선택한 무대였다.
베이징 대신 나고야로 향했던 스물한 살의 이알라. 그의 2026 아시안게임은 동메달이라는 결과보다 그곳에 서기로 한 선택으로 기억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