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자 테니스의 성장을 이야기할 때 필요한 것은 한 명의 스타보다 여러 선수의 꾸준한 성적이다. 누군가 일찍 탈락하더라도 다른 선수가 다음 라운드를 이어가는 선수층. 이번 상하이 마스터즈의 첫 라운드는 그 가능성을 살펴볼 출발점이 됐다.


장즈전은 첫 경기에서 멈췄지만 중국 선수들의 도전은 이어졌다. 우이빙과 저우이가 먼저 승리를 거뒀고, 부윈차오커터가 합류했다. 2026 상하이 마스터즈 단식 본선에 출전한 중국 선수 네 명 가운데 세 명이 2회전에 올랐다.


중국 남자 테니스의 성장을 살펴볼 때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 선수의 탈락으로 자국 선수들의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세 명의 첫 승을 곧바로 선수층의 도약으로 해석하기에는 이르다. 본선에 들어온 경로와 상대의 수준, 다음 대회에서도 이어질 경쟁력까지 함께 봐야 한다.


이번 상하이 마스터즈는 중국 남자 테니스가 어디까지 왔는지, 그리고 무엇을 더 증명해야 하는지 살펴볼 무대다.


중국 선수 네 명 중 세 명, 상하이 마스터즈 첫 관문을 넘다

장즈전의 1회전은 홈코트의 기대가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그는 토마시 마하치에게 첫 세트를 따냈지만, 두 번째 세트 타이브레이크를 내준 뒤 역전을 허용했다. 장즈전 기준 최종 스코어는 6-1, 6-7(3), 2-6이었다.


반면 우이빙은 마이클 정을 6-3, 7-6(6)으로 꺾었다. 저우이는 마티아 벨루치와의 풀세트 승부를 6-4, 3-6, 7-6(4) 승리로 마무리했다. 부윈차오커터도 뤼카 반 아슈를 7-6(3), 6-3으로 제압했다.


세 선수의 승리는 중국 테니스에 서로 다른 관전 포인트를 남겼다. 우이빙은 서비스 게임의 안정감을, 저우이는 위기에서 버티는 힘을, 부윈차오커터는 서브로 경기를 주도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같은 2회전 진출이라도 그 안에 담긴 경기 내용은 달랐다.


우이빙의 세컨드 서브, 저우이의 위기 대응, 부윈차오커터의 첫 서브

우이빙의 첫 경기에서 주목할 수치는 세컨드 서브 득점률 74%다. 첫 서브가 들어가지 않았을 때도 포인트를 꾸준히 확보했고, 상대에게 허용한 두 차례의 브레이크 포인트를 모두 막았다.


세컨드 서브는 상대가 공격을 시작할 기회가 되기 쉽다. 우이빙은 그 상황에서도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지켰다. 다음 라운드에서는 더 강한 리턴을 상대해야 하지만, 첫 경기에서 확인한 안정감은 출발점으로 삼을 만하다.


저우이에게는 최종 세트의 위기를 넘긴 과정이 중요했다. 그는 게임 스코어 5-6으로 뒤진 서비스 게임에서 매치포인트를 막아냈다. 한 포인트를 잃으면 경기가 끝나는 상황을 통과한 뒤, 타이브레이크를 7-4로 가져갔다.


이를 한 경기만으로 정신력의 완성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경기 흐름이 흔들리고 패배가 가까워진 순간에도 승부를 이어갔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21세 저우이의 가능성을 설명할 때 막연한 기대보다 이 장면이 더 구체적인 근거가 된다.


부윈차오커터는 상대에게 기회를 거의 내주지 않았다. 첫 서브가 들어간 38포인트 가운데 37포인트를 따냈고, 경기 내내 브레이크 포인트를 허용하지 않았다. 첫 세트 타이브레이크를 통과한 뒤 두 번째 세트까지 가져갈 수 있었던 바탕에는 서브의 높은 효율이 있었다.


세 선수 모두 다음 경기에서 같은 질문을 받게 된다. 첫 라운드에서 승리를 만든 강점이 더 높은 수준의 상대에게도 통할까.


와일드카드 출전과 본선 승리는 함께 봐야 한다

중국 선수들의 성적을 평가할 때 출전 경로를 빼놓을 수 없다. 우이빙과 저우이는 와일드카드로 본선에 들어왔다. 장즈전 역시 와일드카드 출전자였다. 따라서 이번 결과를 중국 선수들이 랭킹이나 예선을 통해 폭넓게 본선 진입을 이뤄낸 사례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


와일드카드는 본선에서 경쟁할 기회를 제공한다. 그 기회를 받은 뒤 경기를 이기는 것은 별개의 과제다. 출전 기회와 경기 성과를 구분해야 첫 승의 의미도 정확히 평가할 수 있다.


저우이의 경우 와일드카드 선정에 연결된 성적도 있다. 대회 공식 설명에 따르면 그는 상하이 챌린저에서 중국 선수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둬 이번 대회 와일드카드를 받았다. 본선 진입이 와일드카드였다는 사실과, 그 기회를 얻는 과정에 경기 성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중국 남자 테니스의 성장을 판단하려면 앞으로 랭킹에 따른 본선 직행과 예선 통과가 얼마나 늘어나는지, 확보한 출전 기회를 얼마나 꾸준히 승리로 바꾸는지까지 살펴봐야 한다.


‘중국 남자 선수 최초’ 이후에 필요한 꾸준함

우이빙은 2023년 댈러스 오픈에서 중국 남자 선수 최초로 ATP 투어 단식 우승을 차지했다. 존 이스너와의 결승에서 네 차례의 챔피언십 포인트를 막아낸 끝에 거둔 우승이었다. 중국 남자 선수도 투어 정상에 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결과로 보여준 이정표다.


2024년 항저우 오픈에서는 장즈전과 부윈차오커터가 오픈 시대 최초의 중국 선수 간 ATP 투어 단식 준결승을 치렀다. 한 선수의 우승에 이어, 같은 대회 후반부에 두 선수가 함께 올라간 장면이 나왔다.


이번 상하이의 세 선수도 그 흐름 안에서 볼 수 있다. 다만 몇 차례의 이정표가 곧 안정적인 선수층을 뜻하지는 않는다. 대회와 시즌을 바꿔가며 성적을 이어가야 한다. 특정 선수의 컨디션이나 한 번의 좋은 대진에 기대지 않고 여러 선수가 꾸준히 경쟁할 때 성장의 폭을 더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상하이에서 거둔 첫 승의 의미도 여기에 있다. 결론을 내릴 결과라기보다, 앞으로의 지속성을 확인할 출발점이다.


홈코트의 기대를 더 높은 경쟁력으로 바꿀 수 있을까

상하이는 중국 선수들에게 가까운 사람들 앞에서 뛰는 무대이기도 하다. 우이빙은 첫 경기 후 대회 공식 보도를 통해 어머니가 차를 몰고 상하이에 왔다고 전했다. 고향 항저우와 상하이의 거리를 설명하며 가족이 다시 자신의 경기를 볼 수 있다는 기쁨도 밝혔다.


그런 친밀함은 홈 대회가 주는 특별한 경험이다. 그러나 응원이 성적에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는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경기력은 결국 코트 위의 선택과 결과로 확인된다.


세 선수의 2회전 대진은 더 까다롭다. 우이빙에게는 알렉산더 즈베레프, 저우이에게는 로렌초 무세티, 부윈차오커터에게는 카스페르 루드가 기다린다.


우이빙은 세컨드 서브의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을까. 저우이는 강한 상대 앞에서도 공격과 실수 사이의 균형을 잡을 수 있을까. 부윈차오커터는 첫 서브로 확보한 주도권을 이어갈 수 있을까. 승패와 함께 이 질문을 따라가면 세 선수의 현재 수준을 더 구체적으로 볼 수 있다.


중국 남자 테니스가 홈코트의 주인공이 됐다고 선언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장즈전의 탈락과 다른 세 선수의 승리가 함께 존재하는 이번 첫 라운드는 기대와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그래도 홈팬에게는 다음 경기를 기다릴 이유가 생겼다. 한 선수의 도전이 끝난 자리에서 다른 선수들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그 흐름이 상하이의 다음 라운드로, 나아가 홈코트를 떠난 뒤의 투어로 연결될 때 중국 남자 테니스의 성장도 더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