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테니스에서 주목할 만한 새로운 이름이 떠오르고 있다. 군위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이예린이다.


2011년생으로 올해 15세인 이예린은 국내 주니어 무대를 넘어 국제테니스연맹(ITF) 주니어 대회에서도 꾸준히 성과를 쌓으며 존재감을 넓혀가고 있다.


2026년에만 ITF 국제주니어 단식에서 5차례 우승했고, 자신보다 높은 연령대의 선수들이 출전하는 18세부 전국대회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최근 열린 2026 ITF 홍종문배 국제주니어테니스투어대회(J100)에서는 결승에 진출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주목할 부분은 성적만이 아니다. 강력한 서브와 공격적인 베이스라인 플레이를 앞세운 이예린은 어린 나이에도 자신만의 뚜렷한 경기 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있다.


홍종문배에서 확인한 강력한 베이스라인 플레이

지난 10월 17일,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경기장에서 열린 2026 ITF 홍종문배 국제주니어테니스투어대회 여자단식 준결승. 7번 시드 이예린(당시 주니어 세계랭킹 322위)은 5번 시드 초티린 깨우까(태국·299위)를 6-3, 6-4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자신보다 세계랭킹이 높은 선수를 상대로 거둔 스트레이트 세트 승리였다. 이날 코트사이드가 현장에서 지켜본 이예린의 가장 인상적인 무기는 강력한 베이스라인 스트로크였다.


상대의 공을 받아넘기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 공격을 전개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특히 베이스라인에서 이어지는 강한 랠리와 상대를 압박하는 공격적인 플레이는 이예린이 가진 확실한 경쟁력을 보여줬다.


물론 아직 성장 과정에 있는 선수인 만큼 보완할 부분도 엿보였다. 경기 도중 일부 판정이나 자신의 실책에 아쉬움을 드러내며 순간적으로 동요하는 모습도 있었다. 하지만 이예린은 두 세트를 모두 가져오며 승리를 완성했다.


한 경기에서 나타난 반응만으로 선수의 심리적인 특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앞으로 다양한 경기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유지하고 자신의 플레이를 안정적으로 이어가는 능력은 더욱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부분이다.


이미 갖춘 공격력에 경기 운영의 안정감까지 더해진다면 한층 완성도 높은 테니스를 기대할 수 있다.


국내에서 필리핀까지, ITF 국제주니어 단식 5회 우승

이예린의 2026년은 국제무대에서의 성과로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 국내외 ITF 국제주니어 대회에서 단식 우승을 5차례 기록했다. 시즌 초반 국내에서 열린 인천 J30과 영월 J30 대회에서 우승한 데 이어 순창 J60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이후 7월에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J60 국제주니어 1·2차 대회에 출전해 2주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마닐라에서는 12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기록을 남겼다. 해외 원정이라는 낯선 환경에서도 꾸준한 경기력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다.


ITF 주니어 대회는 세계 각국의 유망주들이 국제랭킹 포인트를 획득하며 경쟁하는 무대다. J30과 J60은 우승자가 획득할 수 있는 랭킹 포인트를 기준으로 구분되는 대회 등급이다.


이예린은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ITF 주니어 세계랭킹 302위까지 올라섰다. 국내에서 시작된 우승 행진을 해외에서도 이어갔다는 점은 이예린의 국제 경쟁력이 점차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학생이 18세부 정상에 오르다

이예린의 성장세를 보여주는 또 다른 기록은 지난 7월 열린 하나증권 제5회 대한테니스협회장배 전국대회에서 나왔다. 군위중학교 3학년인 이예린은 18세부 여자단식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다. 결승 상대는 김포GS 소속 이서진이었다.


이예린은 첫 세트를 3-6으로 내줬지만 이후 6-0, 6-3으로 두 세트를 연달아 가져오며 역전승을 완성했다. 중학생 신분으로 고등학생 연령대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것이다.


특히 첫 세트를 내준 뒤 경기 흐름을 바꾸며 승리를 만들어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어린 선수가 높은 연령대의 대회에 출전한다는 것은 단순히 나이가 많은 선수들과 경쟁한다는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신체적인 조건과 경기 경험, 기술적인 완성도 등 여러 측면에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그런 무대에서 우승했다는 것은 이예린이 자신의 연령대를 넘어 경쟁할 수 있는 기량을 갖춰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동연령대 무대에서도 성과는 뚜렷하다.


지난 5월 부산에서 열린 제55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는 테니스 15세 이하 여자 개인단식에서 우승하며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2025년에 이어 2026년에도 정상에 오른 것이다.


국내 동연령대 대회에서의 꾸준한 성과를 바탕으로 더 높은 연령대와 국제무대까지 경쟁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강력한 서브와 스트로크, 리바키나를 꿈꾸는 15세

이예린은 약 170cm의 신장을 바탕으로 강한 서브와 공격적인 스트로크를 구사하는 선수다. 자신이 롤모델로 꼽은 선수는 카자흐스탄의 엘레나 리바키나다.


리바키나는 강력한 서브와 공격적인 베이스라인 플레이를 대표적인 무기로 활용하는 선수다. 이예린 역시 강한 샷을 바탕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스타일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두 선수의 지향점에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높은 수준의 무대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강한 공을 치는 능력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서브의 정확성과 안정성, 상대의 전술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 공격의 강약을 조절하는 경기 운영까지 함께 발전해야 한다.


이제는 더 높은 무대를 향할 시간

15세의 이예린에게 지금까지의 성적은 의미 있는 출발점이다. 국내 동연령대 대회에서 꾸준히 정상에 올랐고, 18세부 전국대회에서도 우승을 경험했다. 국제주니어 무대에서는 올해 5개의 단식 타이틀을 획득하며 세계랭킹 300위권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주니어 무대에서의 성과가 곧바로 성인 무대에서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경쟁 수준이 높아질수록 강한 스트로크뿐 아니라 경기 운영의 다양성, 체력, 집중력, 그리고 중요한 순간에도 자신의 플레이를 유지하는 안정감까지 요구받게 된다. 이예린에게도 이러한 과정은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미 자신의 플레이를 뒷받침할 강력한 무기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베이스라인에서의 공격적인 스트로크와 강한 서브, 그리고 자신보다 높은 연령대의 선수들과 경쟁해온 경험은 앞으로의 성장에 중요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아직 15세. 그리고 그 가능성은 이미 국내를 넘어 국제주니어 무대에서도 조금씩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 여자테니스의 미래를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이른 나이일지 모른다. 하지만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될지 기대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하다. 이예린이라는 이름을 계속 지켜봐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