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운동을 못 해”
운동을 싫어한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반응한다. "그래도 해야지." 맞는 말이다. 나도 안다. 그래서 했다. 매년 헬스장 등록은 내 인생에서 꽤 규칙적인 이벤트였다.
연초엔 결심, 봄엔 등록, 그리고 그 이후엔 침묵… 몇 번이나 갔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손에 꼽을 수 있을 것이다. PT횟수와 헬스장 이용기간은 제대로 해보지도 못한 채 소진됐고, 그 것을 애써 보지 않으려 했다.
돈이 아까웠지만, 인정하기가 더 아까웠다. 헬스장이 싫은 이유를 딱 하나만 꼽으라면 지루하다는 것이다. 러닝머신 위에서 제자리를 뛰는 행위는, 아무리 음악을 틀어도 결국 내 숨소리만 남는다. 벽에 걸린 거울 속 내 모습을 보며 '더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잠깐, 그 다음 생각은 언제나 '오늘은 여기까지만'이었다.
물론 헬스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나 스스로가 재미를 느끼지 못했고, '나만의 목표’가 없었다. 누군가 처럼 “바디프로필을 찍어 볼까?”, “대회를 나가볼까?”, “내 최대 기록은 어느정도일까?” 이런 목표나 고민 자체가 없었기에 흥미를 느낄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스스로를 정의했다. 운동 체질이 아닌 사람.
그런데 그 정의가 흔들린 건 2022년 여름이었다. 별 생각 없이 틀어둔 TV에서 테니스 경기가 중계되고 있었다. 채널을 돌리려다 손이 멈췄다. 정확히 무엇에 끌렸는지 설명하기 어렵다.
테니스는 내게 그냥 '다른 세계의 스포츠'였다. 어느새 리모컨을 내려놓고 빠르게 오가는 공의 속도, 압도적인 규모의 하드코트, 선수가 공을 맞히는 그 순간의 '펑!"하는 소리... 규칙도 모르는 테니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랠리가 이어질수록 나의 몸은 어느순간 TV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만 같았다.
'나도 저렇게 칠 수 있을까?' 충동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진지했고, 결심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가벼웠다. 그냥 그런 생각이 스쳤다. 그리고 아무런 생각 없이 집에서 가장 가까운 테니스 레슨코트를 검색했다. 평소라면 거리, 가격, 리뷰를 꼼꼼하게 읽어보고 결정하는 스타일이지만 이번에는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그냥 빨리 해보자"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렇게 2022년 8월. 테니스를 시작했다. 헬스장 등록과 다를 게 없어 보이는 시작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뭔가 달랐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때의 나는 그걸 아직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