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첫 레슨 날, 나는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
등록할 때만 해도 무심하게 결정한 곳이었는데, 막상 코트로 내려가는 계단을 밟으니 괜히 긴장이 됐다. 지하로 내려갈수록 특유의 냄새가 났다.
고무냄새와 실내 공기가 섞인 계단을 다 내려가자 코트가 눈앞에 펼쳐졌다. 생각보다 넓었다. 신상 코트답게 라인이 선명하고 바닥이 깨끗했다. 나는 잠깐 멈춰서 그걸 바라봤다.
코치님은 예상보다 젊었다. 인사를 나누고, 레슨용 라켓을 건네받았다. 손에 쥐어보니 TV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무겁게 느껴졌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당연함이 새삼스러웠다. 나는 이제 진짜 테니스를 치려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첫 동작은 단순했다. 라켓으로 공을 바닥에 튀기는 것. 아래로 한 번, 위로 한 번. 리듬을 타며 공을 감각으로 익히는 과정이었다.
처음엔 공이 자꾸 엉뚱한 방향으로 달아났다. 라켓 면이 어디를 향하는지, 손목이 얼마나 열려 있는지, 아무것도 몰랐다. 의욕만 앞서고 공은 나를 비웃듯 튀어나갔다.
그런데 서너 번 해보니, 되기 시작했다. 탁, 탁, 탁. 리듬이 잡히는 순간이 왔다. 손과 공이 대화하는 느낌이랄까. 그 순간 나는 속으로 아주 조용하고 아주 진지하게 생각했다.
어? 나 테니스에 재능 있는 거 아냐?
헬스장에서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생각이었다. 러닝머신 위에서 삼 분 만에 숨이 차도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공을 몇 번 튀겼다고 이런 착각이 찾아왔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그때의 나는 꽤 진심이었다.
물론 그 재능은 포핸드 첫 수업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그래도 계속했다.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 동안 포핸드, 백핸드, 발리, 서브. 기술마다 코치님의 설명과 반복 동작을 했으나 내 몸은 매번 그걸 못 알아들었다.
테니스는 이상한 운동이다. 분명 어제도 했고, 오늘도 하는데, 안 된다. 코치님은 분명히 설명해줬고, 나도 분명히 이해했는데, 몸이 모른다.
머리와 몸 사이 어딘가에서 신호가 끊기는 것 같은 느낌. 포핸드 스윙 하나를 두고도 어깨인지, 팔꿈치인지, 손목인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돌려야 하는지 생각하면 할수록 더 안 됐다.
그런데 신기한건 그 지난한 시간이 지나면 갑자기 어느 날, '된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 그냥, 된다. 어제까지 라켓 면이 하늘을 향하던 공이, 오늘은 정면으로 쭉 뻗어나간다.
그 순간의 감각은 꽤 선명하다. 손끝에서 뭔가 맞아떨어지는 느낌. “아, 이거구나” 말로는 설명할 수 없었던 것이 몸으로 이해되는 순간.
테니스를 계속하게 된 이유가 딱 하나라면, 아마 그 찰나의 순간 때문일 것이다. 안 되던 것이 되는 순간. 그게 자꾸 다음 레슨과 테니스라는 운동을 하고싶게 만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