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닉 시너는 그날 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메드베데프와의 준결승 3세트 한복판에서 빗줄기에 경기가 끊긴 채, 세계 1위는 호텔 방에서 밤을 보내야 했다. 승리가 코앞이었지만, 내일 다시 긴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사실이 더 무거웠다. 토요일 오후 그는 단 15분 만에 나머지 두 게임을 마무리했다. 담담하게, 그러나 완벽하게.


이것이 지금의 시너다.

올 시즌 그는 인디언 웰스, 마이애미, 몬테카를로, 마드리드를 차례로 휩쓸었다. 8강에서 루블레프를 92분 만에 제압하며 조코비치의 마스터스 1000 연속 승리 기록(31승)을 넘어섰고, 32연승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캄포 센트랄레의 이탈리아 팬들은 그의 위너 하나하나에 포로 이탈리코가 떠나갈 듯 환호했다. 홈 코트, 홈 팬, 홈 챔피언 후보. 모든 조건이 갖춰진 무대였다.


그 맞은편엔 카스퍼 루드가 서 있다.

루드는 이번 대회 내내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올라왔다. 준결승에서 홈팬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다르데리를 6-1, 6-1로 압도했다. 다르데리는 이번 대회에서 즈베레프를 꺾는 이변을 연출하며 코트에서만 9시간 이상을 보낸 소진된 몸이었지만, 루드는 그런 상황을 냉정하게 읽고 지배했다. "요즘 코트에서 내 감각이 돌아오고 있다는 걸 느낀다"고 그는 말했다. 허풍이 아니었다.


문제는 시너와의 상대 전적이다. 4전 전패. 지난해 로마 8강에서는 단 한 게임도 제대로 따내지 못하고 무너졌다. 루드 본인도 안다. "시너와 알카라스는 지금 우리와 다른 차원에 있다. 솔직히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덧붙였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제 남은 건 하나다.

오늘 오후 포로 이탈리코, 시너가 우승하면 조코비치만이 이룬 '커리어 골든 마스터스'의 두 번째 주인공이 되고, 1976년 파나타 이후 50년 만에 이탈리아인이 로마 챔피언이 된다. 루드가 이기면, 테니스 역사상 손꼽힐 이변이 된다.


비는 이미 그쳤다. 로마의 일요일이 기다리고 있다. 역사적인 대관식이 열릴까? 아니면 반란이 성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