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은 강하다. 수십 년 동안 테니스는 정교한 규칙과 긴 호흡, 그리고 선수 개인의 기술로 승부를 가르는 스포츠였다. 하지만 스포츠를 소비하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졌다. 사람들은 더 빠른 경기, 더 강한 몰입감, 그리고 경기 자체를 하나의 '쇼'처럼 경험하기를 원한다.
미국 애틀랜타에서 시작한 INTENNSE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했다. 새로운 라켓도, 새로운 코트도 아니다. 바꾸려는 것은 '테니스를 보는 경험'이다.
INTENNSE는 ATP나 WTA를 대체하려는 리그가 아니다. 오히려 전통 테니스가 지키고 있는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기존 팬이 아닌 새로운 세대에게 테니스를 훨씬 흥미롭게 전달하는 새로운 포맷을 제안한다.
가장 큰 차이는 경기 방식이다.
INTENNSE에서는 게임도, 세트도 없다. 대신 하나의 경기에는 7개의 Bolt가 존재한다. 남자 단식과 여자 단식이 각각 두 경기씩, 남자 복식과 여자 복식, 그리고 혼합복식까지 총 일곱 번의 승부가 이어진다. 각 Bolt에서 얻은 점수는 그대로 팀 점수로 누적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팀 전체의 승리다.
그래서 이 리그에서는 혼자 잘하는 선수보다, 서로를 살려주는 팀이 더 강하다.
선수 구성 역시 기존 투어와 다르다. 한 팀은 남녀 선수 8명과 감독으로 구성되며, 경기 중에는 선수 교체와 실시간 코칭도 가능하다. 감독의 전략과 선수들의 조합이 경기 흐름을 바꾸는 모습은 기존 테니스에서는 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경기의 템포도 완전히 달라진다.
INTENNSE는 약 90분 안에 모든 경기를 마친다. 포인트 사이에는 14초 샷클락이 적용돼 경기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 긴 준비 시간 대신 빠른 랠리와 즉각적인 다음 포인트가 이어지면서 관객은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놓기 어렵다.
여기에 DJ의 음악, 자유로운 응원 문화, 선수 입장 퍼포먼스까지 더해진다. 조용히 박수를 치는 경기장이 아니라, 마치 라이브 공연장처럼 열광하는 공간이 된다. 테니스와 엔터테인먼트가 자연스럽게 섞이는 순간이다.
흥미로운 점은 경기의 마지막까지 긴장감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7개의 Bolt가 모두 끝났는데도 팀 점수가 같다면 연장전은 없다. 대신 단 한 포인트로 승부를 결정하는 Deciding Point가 열린다. 양 팀에서 한 명씩 코트에 남아 마지막 포인트를 치르고, 그 한 번의 랠리가 모든 승패를 결정한다.
모든 경기가 중요하지만, 결국 마지막 한 포인트가 진짜 승부가 되는 셈이다.
이처럼 INTENNSE는 테니스를 더 빠르고 자극적으로 만드는 데만 집중하지 않는다. 핵심은 '관람 경험'이다. 팬들이 경기장에 와서 선수와 함께 호흡하고, 응원하고, 콘텐츠를 소비하며, 다시 찾고 싶어지는 스포츠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시장도 이 가능성을 주목했다. INTENNSE는 출범 단계에서 약 14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자들이 본 것은 단순히 새로운 경기 규칙이 아니라, 스포츠를 소비하는 방식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다.
물론 시선은 엇갈린다.
"쇼에 가깝다."
"전통 테니스와는 다르다."
"과연 오래갈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은 자연스럽다. 새로운 포맷은 언제나 기존의 기준과 비교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INTENNSE는 ATP를 대신하려 하지 않는다. 새로운 팬을 만들고, 테니스의 문턱을 낮추며, 스포츠를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확장하려는 또 하나의 선택지다.
전통은 지키되 경험은 새롭게.
어쩌면 미래의 테니스는 코트 안에서만 결정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팬들의 함성, 팀의 전략, 경기장의 분위기, 그리고 마지막 한 포인트까지. 스포츠가 문화가 되는 시대라면, INTENNSE가 던지는 질문은 충분히 의미 있다. 그리고 언젠가 한국에도 이런 리그가 생긴다면 어떨까.
경기를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공연을 경험하듯 경기장을 찾고, 선수와 팬이 함께 문화를 만드는 리그. 테니스는 더 이상 스포츠에만 머물지 않는다. 콘텐츠가 되고, 경험이 되고, 문화가 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