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경기는 코트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조금 다른 장면이 팬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선수가 라켓을 들고 코트로 들어서는 순간, 경기 시작 전 터널을 걷는 모습, 경기장에 도착하는 순간까지도 하나의 콘텐츠가 되고 있다.
바로 선수들의 ‘Walk-on Look’, 즉 코트에 들어서기 전 선수가 보여주는 스타일이다.
과거 테니스 선수의 패션은 주로 경기복을 중심으로 이야기됐다. 어떤 브랜드의 유니폼을 입었는지, 어떤 라켓과 신발을 사용하는지가 관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선수가 무엇을 입고 경기장에 등장하는지, 어떤 가방을 들고 있는지, 어떤 신발과 액세서리를 선택했는지까지 선수의 개성과 브랜드를 보여주는 하나의 장면이 되고 있다. NBA의 ‘Tunnel Walk’처럼, 테니스에도 새로운 무대가 생겼다.
NBA에서는 오래전부터 경기장으로 향하는 선수들의 ‘Tunnel Walk’가 하나의 패션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경기 자체만큼이나 선수들이 경기장에 들어서는 순간의 스타일이 주목받았고, SNS를 통해 다시 확산됐다. 그리고 이제 그 흐름이 테니스에도 찾아오고 있다.
특히 테니스는 선수와 팬의 거리가 상대적으로 가깝고, 경기장으로 들어서는 동선 역시 시각적으로 노출되기 쉬운 스포츠다.선수가 걸어오는 짧은 순간이 사진이 되고, 영상이 되고, 다시 SNS 콘텐츠가 된다.
경기 전 10초가 또 하나의 콘텐츠가 되는 셈이다. ATP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변화가 단순한 팬들의 관심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도 흥미롭다. ATP는 2026년 3월 인디언웰스에서 새로운 패션 콘텐츠 프로젝트 ‘Athlete Arrivals’를 선보였다.
선수들이 대회장에 도착하는 순간을 하나의 패션 콘텐츠로 보여주는 프로젝트다. 선수들의 경기장 밖 스타일과 개성을 조명하며, 기존의 경기 중심 콘텐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모습을 보여줬다. 즉, 이제 선수의 ‘등장’ 자체를 하나의 콘텐츠로 기획하고 연출하는 단계까지 온 것이다.
선수의 스타일은 곧 또 하나의 ‘선수 소개서’
흥미로운 점은 Walk-on Look이 단순히 ‘잘 입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수의 스타일에는 그 사람의 이미지와 성격, 그리고 함께하는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담긴다. 어떤 선수는 미니멀한 트랙 재킷과 스니커즈를 선택하고, 어떤 선수는 클래식한 테일러링을 보여준다.
가방 하나, 모자 하나, 선글라스 하나에도 선수의 취향이 드러난다. 그리고 이 모든 요소는 경기장에서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과 함께 기억된다. 선수의 플레이가 그 사람을 설명한다면, 스타일은 그 선수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되는 것이다.
브랜드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 이 변화는 테니스 브랜드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기존의 스포츠 브랜드 마케팅은 경기 중 노출에 집중됐다. 유니폼, 라켓, 신발, 스트링처럼 경기력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제품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Walk-on Look에서는 범위가 훨씬 넓어진다. 의류는 물론이고 가방, 모자, 선글라스, 시계, 헤드폰, 스니커즈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선수의 ‘등장’에 참여할 수 있다. 테니스 선수가 더 이상 코트 안에서만 브랜드를 보여주는 사람이 아니게 된 것이다.
SNS는 ‘등장’을 다시 한번 확산시킨다.
여기에 SNS가 결합되면서 변화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선수가 경기장에 들어오는 짧은 순간은 팬들에게 하나의 ‘스타일 컷’이 된다. 누가 어떤 가방을 들었는지, 어떤 신발을 신었는지, 어떤 브랜드의 재킷을 입었는지. 팬들은 이를 발견하고 공유하고, 다시 이야기한다.
결국 선수의 스타일이 선수와 팬을 연결하는 새로운 접점이 되는 것이다. 이제 테니스는 코트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경기 전 선수의 등장, 선수가 입은 옷, 선수가 사용하는 장비, 경기장 밖에서의 모습, 그리고 이를 다시 소비하는 SNS까지 COURT → STYLE → CULTURE 코트에서 시작된 테니스가 스타일을 거쳐 하나의 문화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앞으로 테니스 팬들이 선수를 기억하는 방식도 달라질지 모른다.
“그 선수의 포핸드가 어땠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선수가 경기장에 들어올 때 입었던 옷 봤어?”
라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시대.
테니스 선수의 경기는 아직 코트에서 시작되지만, 선수의 이야기는 코트에 들어서기 전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