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여자 주니어 테니스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름 가운데 하나는 중국의 쑨신란(Sun Xinran)이다.


2010년생, 아직 16세.


하지만 올해 남긴 기록은 단순히 '유망주'라는 표현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쑨신란은 롤랑가로스와 윔블던에서 연이어 여자 주니어 단식 결승에 올랐다. 두 대회 모두 우승까지 한 걸음이 부족했다.


그리고 세 번째 연속 주니어 그랜드슬램 결승이었던 US오픈에서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우승했다는 사실이 아니다. 준우승이 반복됐던 시즌의 흐름을 스스로 바꿨다는 데 있다.


세 번의 주니어 그랜드슬램 결승

쑨신란의 2026년 주니어 그랜드슬램 도전은 롤랑가로스에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당시 15세였던 그는 준결승에서 브라질의 빅토리아 루이자 바로스를 꺾고 여자 주니어 단식 결승에 올랐다. 중국 선수로서는 남녀를 통틀어 처음으로 롤랑가로스 주니어 단식 결승에 진출한 기록이었다. 그러나 첫 결승에서는 알리사 옥티아브레바에게 패했다.


첫 번째 도전은 준우승으로 끝났다. 불과 한 달 뒤 열린 윔블던에서도 쑨신란은 다시 결승에 올랐다. 이번 상대는 안나 푸시카레바. 쑨신란은 첫 세트를 가져가며 우승에 가까워지는 듯했지만, 이후 두 세트를 연이어 내주며 7-5, 3-6, 4-6으로 역전패했다.


두 대회 연속 결승 진출. 그리고 두 번의 준우승. 결과만 놓고 보면 분명 아쉬움이 남는 흐름이었다. 하지만 두 번의 패배는 오히려 쑨신란의 2026년을 더 흥미롭게 만들었다.


다시 만난 상대, 달라진 결과

US오픈 여자 주니어 단식에서 쑨신란은 다시 결승에 올랐다. 세 번째 연속 주니어 그랜드슬램 결승이었다. 상대는 공교롭게도 윔블던 결승에서 자신을 꺾었던 푸시카레바였다. 첫 세트는 쑨신란이 6-4로 가져갔다. 두 번째 세트에서는 푸시카레바가 6-4로 반격했다.


그리고 마지막 3세트. 스코어는 6-0이었다. 쑨신란은 단 한 게임도 내주지 않고 경기를 끝냈다. 두 달 전 윔블던 결승에서 패했던 상대를, 이번에는 다시 만난 주니어 그랜드슬램 결승 무대에서 꺾었다.

롤랑가로스 준우승.

윔블던 준우승.

그리고 US오픈 우승.


한 시즌 안에서 이어진 이 세 번의 결승은 쑨신란의 성장 과정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주니어 세계 1위, 그리고 프로 무대

US오픈 우승 이전부터 쑨신란은 이미 주니어 세계랭킹 1위에 올라 있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주니어 무대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쑨신란은 주니어 대회와 함께 일찍부터 ITF 프로 대회를 병행해왔다.


2025년에는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ITF W15 대회를 2주 연속 제패하며 프로 무대에서도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리고 2026년 10월, 또 하나의 단계로 올라섰다. 자국에서 열린 WTA 1000 차이나오픈 본선에 와일드카드로 출전하며 생애 첫 WTA 투어 본선 경기를 치렀다.


첫 상대는 독일의 에바 리스였다. 쑨신란은 6-1, 3-0으로 앞선 상황에서 리스가 발 부상으로 기권하며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 경기가 끝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주니어 무대에서 WTA 투어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는 분명 의미 있는 장면이었다.


중국에서 태어나, 세르비아에서 성장하다

쑨신란의 성장 배경도 흥미롭다. 그는 중국 선전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부터 유럽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약 10세 무렵 가족과 함께 세르비아 베오그라드로 이동했고, 현지 테니스 환경에서 훈련을 이어갔다. 어린 나이부터 유럽의 다양한 코트와 국제 대회를 경험한 것이다.


이런 성장 과정은 2026년 기록에서도 드러난다. 클레이코트인 롤랑가로스에서 결승에 올랐고, 잔디코트인 윔블던에서도 결승까지 진출했다. 그리고 하드코트인 US오픈에서는 우승했다.


서로 다른 세 종류의 코트에서 모두 주니어 그랜드슬램 결승에 올랐다는 점은 16세 선수에게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특정 표면에서만 강점을 보인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환경에서도 결과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제 질문은 '프로에서도 통할까'다 주니어 세계랭킹 1위와 WTA 정상급 선수 사이에는 분명 큰 간격이 존재한다. 경기의 속도부터 파워와 체력, 시즌 전체를 버텨야 하는 일정 관리까지 요구되는 조건이 달라진다.


쑨신란 역시 이런 차이를 인식하고 있다. 프로 무대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플레이에 더 많은 파워가 필요하다는 점을 직접 과제로 꼽기도 했다.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쑨신란을 새로운 스타로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15세에 처음 롤랑가로스 주니어 결승에 올랐고, 한 달 뒤 윔블던에서도 다시 결승을 경험했다. 그리고 세 번째 연속 그랜드슬램 결승에서는 자신에게 패배를 안겼던 상대를 다시 만나 우승했다. 이제 쑨신란의 무대는 조금씩 주니어에서 프로로 옮겨가고 있다.


2026 US오픈 주니어 트로피가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큰 순간으로 남을지, 아니면 더 큰 무대로 향하는 출발점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롤랑가로스와 윔블던에서 연이어 준우승한 뒤, 세 번째 연속 그랜드슬램 결승에서 승리한 16세 선수의 다음 장면은 지금부터 시작된다.